2023년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2024년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4권을 시작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찾아서 읽고 있는 중이다.
이미 상영되었던 한국영화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접했을법 했지만 사실 일본 소설 원작의 한국영화라는 것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고 소설을 읽은 후 영화도 책을 일고 난 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거의 다 책중독을 겪어 봤을 듯 하다.
빌리거나 구입한 책들은 대게 400페이지를 능가하는 그야말로 박스 책인데 읽다 보면 어느새 절반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얼마지 않아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금새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므로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에는 이제 손을 댈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른다는 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저마다 마음 속에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이 거리에는 몇 개의 거짓말과 비밀이 잠들어 있다.
거짓은 진실의 그림자…
신참자 역시 44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센베이 가게 딸
2. 요릿집 수련생
3.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4. 시계포의 개
5. 케이크 가게 점원
6. 번역가 친구
7. 청소 회사 사장
8. 민예품점 손님
9. 니혼바시의 형사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과 같은 형태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1번 선베이 가게 딸을 읽고 나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문의 살인사건은 일어났는데 2편으로 넘어가기 직전에도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용의자로 주목받았던 사람의 알리바이가 어떤 비밀 때문에 밝혀지지 않는다. 그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 가족애와 인간애가 바탕을 깔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에겐 슬픈 일일 수도 누군가에겐 사건의 진실보다 묻고 싶은 일이겠지만 이 소설에선 그 비밀들은 누군가에겐 알려져야 하는 일이므로 폭로라는 이름대신 그저 드러냄으로써 관계를 해결하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선베이 가게 딸을 시작으로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번역가 친구 등을 지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는데 각 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라는 추리도 해보게 되지만 번번히 빗나간다. 아마도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보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의한 자연스러움일지,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의도대로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중의 한 편이다.
졸업:설월화 살인게임, 잠자는 숲,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악의,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붉은 손가락, 기린의 날개, 기도의 막이 내려갈 때, 그리고 신참자…
붉은 손가락 1권만 제외하면 모두 읽은 책이다. 주인공은 모두 가가 교이치로 형사.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게 되면 그가 중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 그의 부모님 이야기와 사촌 동생이며 후배형사인 마쓰미야의 개인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가가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주변을 탐문하고 탐색하는 동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애쓴다기 보단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심리 파악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어 상대의 표정과 복장, 행동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두고 허투루 상대하지 않는다. 아마 그런 그의 모습에 사람들도 때로는 믿음을 갖고 협력하고 때로는 그의 날카로움에 압도되어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또 가가 형사의 또 다른 면이라고 한다면 사건이 끝난 후에도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절대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가와 같이 탐문을 다니는 마쓰미야와 같은 시선으로 책을 읽다보면 왜 같은 장소를 다시 찾고
같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지에 대해 마쓰미야와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가가는 자신의 의문이 풀리고 나면 마쓰미야에게 자신이 놓쳤던 부분,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의 이면까지 살피게 되었던 이유까지 설명을 해주는데 그 부분에서 우리는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에게까지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신참자 가가 형사는 사건의 끝마무리를 선배인 우에스기에게 맡긴다.
피의자가 비밀을 드러내고 진실을 말하게 할 사람은 우에스기 선배라고 말하며 그를 설득하는데 여기에 아마도 신참자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에스기 역시 3년 전 자신이 저지른 어리석음에 후회를 하고 있지만 그냥 묻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후회하는 마음을 터뜨려야만 이 사건은 끝이 나게 된다는 것을 가가는 알고 있었고 그것은 피의자를 위하기도, 선배 우에스기를 위한 마음이 동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유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뒤이어 발간된 가가형사 시리즈의 기린의 날개도 아프고도 애틋한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