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 시리즈 ‘기린의 날개’,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히가시노 게이고 저/김난주 역   [YES24]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하라.”

기린의 날개는 ‘신참자’와 그 배경이 같은 곳이다. 옛 도쿄의 정취가 남아있는 니혼바시 일대.

그래서 책 첫머리에는 신참자에 나왔던 주변 인물이나 장소가 간간히 등장한다. 주인공은 역시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그의 사촌이자 후배 형사인 마쓰미야다.

그리 늦지 않은 밤, 니혼바시 지하도로에서 칼에 찔린 중년 남성이 비틀거리며 걷다 다리의 중앙에 있는 날개 달린 기린 앞에서 기대듯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오토바이에 탄 청년이 트럭에 부딪혀 역시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에게서 피해자의 지갑과 소지품이 발견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 피해자와 용의자 가족들의 진술들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용의자가 숨을 거두게 된다.

이로써 사건은 종결되는듯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근무했었다는 기록 하나로 연관관계에 따라 조사하던 중 산재 은폐 사고가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고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기사들로 사건은 흘러가게 된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비슷한 것인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이름과 배경만 다를 뿐 사람 사는 모양새는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한 느낌이라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물론 등장인물이 점점 많아지면 이름이 너무 헤깔려서 친절하게 앞 표지에 표기해 둔 등장인물 소개란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해야하지만…

“자네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했어. 이 사실이 공개되면 아마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하겠지.
진학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르고. 하지만 그런건 기나긴 인생에서 사소한 일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속여서는 안되는 거야.”

유토 아버지의 말처럼 기나긴 인생에서 짚고 넘어가면 될 일을 책임지지 않으려 거짓을 말하고 또 그 거짓을 덮으려 더 큰 거짓을 말하는 것은 사람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그리고 자식의 일이라면 특히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잘못을 덮기에 급급한 세상이다. 그런 것도 지나친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긋난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랑으로 아이의 잘못을 감싸는 것은 아이를 오히려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죄를 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라 무엇보다 마음이 찡한 책이다. 그러한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유토는 용서만 구할것이 아니라 기도도 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는다. 늦었지만…

『기린의 날개』에서 니혼바시 다리와 기린 조각상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키워드다. 니혼바시 다리는 일본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모든 도로가 시작되는 기점. 이 다리 중앙에 기린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기린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번영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본래는 날개가 없지만 100여 년 전 니혼바시 재건 당시 날개 달린 기린 조각상을 만들어 “전국을 향해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거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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