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처음 대출한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품 “매스커레이드 게임”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뒤늦게서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집어들었던 책이다.
책의 앞부분 몇페이지를 읽고 우연하게 책 제목을 검색하다가 이 책이 이전의 책의 시리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스커레이드 게임” 이전에 이미 3권의 책이 더 발간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매스커레이드 게임 책을 읽기를 중단하고 나머지 3권을 대출해 왔는데…
그리고 또한 알게 된 점 하나…
책이 발간된 순서는 매스커레이드 호텔 ->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이고
소설 속의 시간의 흐름대로 본다면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호텔 -> 메스커레이드 나이트
라는 것이었다.
시간상으로 보려면 매스커레이드 이브부터 봐야 할테지만 책이 발간된 순으로 읽기로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일단 읽기가 수월하다. 보통 여려운 책들이라 느껴지는 책의 경우는 책의 두께에 상관없이 읽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게다가 다른 일로 다시 책을 들었을땐 앞의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으나 이 저자의 책은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던것 같다.
매스커레이드 호텔
연쇄살인사건의 추가범죄의 장소로 예측되는 곳이 바로 이 소설들의 주된 무대가 되는 곳이 도쿄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다. 그리고 그 호텔엔 야마기시 나오미라는 유능한 직원이 있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 닛타 고스케가 나온다. 호텔 관계자 여러 명과 수사를 나온 경시청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호텔이 배경이 되는 것처럼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에 계속 나왔다.
이 책은 시리즈 중 처음 읽은 책이므로 사건의 전개 또한 관심이 있었지만 닛타가 호텔에 프런트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로 변신하면서 직원 나오미와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일에선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일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서로의 업무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폐를 끼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키고 있었던 규칙을 깨는 일도 있었으므로 두 사람의 충돌의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가게 된다.
책의 후반부까지 그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기엔 아주 힘들다. 수사과정도 그렇거니와 실제 책을 읽으며 작가의 눈을 따라가며 추리하느라 짐작해본 범인의 실체는 그저 소소한 시민이었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일류호텔이라 자부하는 코르테시아호텔의 고객들을 통해 다양한 삶까지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호텔에서 아니 현재 다른 호텔에서 근무하는 그저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던 호텔리어들의 고충도 두 주인공을 통해 알게 된 것도 많았다.
매스커레이드 이브
이 책은 먼저 출간된 매스커레이드 호텔보다 시간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므로 읽는 즐거움이 또 색다르다.
코르테시아 호텔이나 그 배경은 오사카이고 대학교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것 같다. 범인 찾기에 흥미가 더 갔고 아마 사건 자체로의 흥미로움은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였던것 같다.
이 책에서 시작되는 사건은 그 자체가 특이했고 매스커레이드 호텔에 이어 나오미와 닛타 형사의 활약을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책에서 이들의 묘한 대립이 재밌었다면 여기엔 첨예한 갈등이 나오면서 닛타 형사는 좀 더 완벽한 호텔리어의 모습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매스커레이드가 의미하는 것은 가면이다. 나오미의 이야기로 그 가면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언급되었다.
이 호텔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고 굳이 그 가면 너머의 맨얼굴을 알려고 벗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닛타 형사는 그 맨얼굴을 반드시 알아야한다. 그런데 이 책에선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떠나 한해의 마지막 날 가면파티가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으나 맨얼굴을 숨기고 들어왔던 그 사람들이 다시 하나의 가면을 더 쓰게 되는 셈이다. 사건의 예정 시간이 다가올 수록 파티장을 찾아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 수록 그 긴장감은 더 해지는것 같았다.
이 책 시리즈 4권 중 읽으면서 가장 긴박함을 느꼈던 책이라면 바로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이다.
그에 비해 가장 드라마틱함을 느꼈다면 그 책은 매스커레이드 게임…
이 책은 다른 여느 책의 범인과는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서와 같은 긴박감은 덜했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느껴지는 감정이 가장 강했던 책은 매스커레이드 게임이었고 이 시리즈의 4권 중 한권만을 누군가에게 읽기를 권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태 이 책을 왜 읽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과 동시에 떠올랐던 생각은 이렇게 4권이 모두 완간된 시점에 한꺼번에 읽게 되어 더 좋았다는 생각이었다. 책들이 시차를 두고 발간된 것에 그 기다림보단 한꺼번에 읽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나 할까…
유가족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가기 위해 작가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즉 범죄자의 내면을 천착하는 장치를 통해 인간이 증오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속죄만이 유족도, 그리고 범죄자 자신도 구원해주는 길이리라.
‘용서할 때를 기다렸다’라는 가미야 요시미의 말의 무게가 참으로 묵직하게 다가오는 스토리였다. 「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