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저 / 2022년 09월 05일 / 305페이지
김영하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알쓸신잡이었을듯하고 오직 두사람을 읽고 마음이 저릿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영화와 책으로도 보았던 살인자의 기억법과 오빠가 돌아왔다 그렇게 2권…
얼마전 TV에서 신작 작별인사가 나왔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비로소 내 손에 들어온 것은 딱 1년이 지나서다.
당연히 이별얘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도 당연히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나오고 아빠가 나오는데 왠지 주인공은 아빠가 아니라 아이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SF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미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부터이나 외면하고 싶고 내가 살아갈 동안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세상…AI가 우리 생활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아마 산업혁명이 시작될 즈음 사람들이 느꼈을 그 불편함이랄까 아무튼 나는 그저 계속 발전하는 AI 환경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
그런데 책을 한 두장씩 넘기다보니 별로 관심이 있지 않았던 장르쪽인데 책장을 넘기는 손은 또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한번에 읽게 된 이 책 “작별인사”
아니 멈추질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다 말고 멍하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꽤 있었다.
스쳐가는 생각들, 사람들, 영화들…
영화 아일랜드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나중 선이의 이야기에선 바로 그 아일랜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 영화를 봤을때 충격이 아직도 가시질 않으니…
영화 트루먼쇼도 생각났다. 자신의 인생이 가짜인줄 모르고 사는 트루먼…
그리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영화 아바타…
- 언젠가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상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 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책 중에서 –
이 책은 사춘기 아이가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과도 비슷하며 죽음을 앞둔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도 있고 일상을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잠시 멈추고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인듯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나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에게도 찾아올 인생과의 작별에 대한 의미와 삶과 죽음이란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책이 시작되는 첫장에 쓰여있는 글귀이다.
쇄골의 버튼을 누르면 구조는 되겠지만 내 개별적 자아는 지워지고, 내 의식과 경험, 프로그램도 인공지능에 흡수돼버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더이상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고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통합된 의식, 기계지능의 일부로 영생하게 될 것이다. 나는 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했다.
주인공 철이가 내린 선택이며 자신과의 작별인사를 나누는 지점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그런 작별인사를 본인이든 주변사람들에게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건 아주 특별한 시간이 허락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갑작스런 사건 사고도 많고 철이가 쇄골의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기계에 의존해 숨만 쉬며 살아있는 시간마저 감당해야 하는 요즈음이라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는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라 했다. 그럼 철이도 생각을 하니 사람이냐 물으니 아니란다. 그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거나 뇌사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그럼 사람이 맞냐고 물으니 답을 하지 못한다.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 동물, 로봇, 모두 정의는 내리고 있지만 어째야 사람이고 동물만도 못한 사람도 있는 반면 보통의 인간이 가진 취약점을 다 초월한 사람이 또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도 아이도 그저 생각하는 기계가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