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낙산구간 이화마을 코스 야행 (동대문부터 혜화문까지)

서울 한양도성길 중 백악구간은 예전에 서너 번 올라본 적이 있습니다.

백악구간은 창의문에서 출발하여 혜화문에 이르는 4.7km 구간인데 엄밀히 말하면 백악구간 전체를 돌아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악구간을 살펴보면

창의문 – 창의문 안내소(폐쇄) – 백악 돌고래 쉼터 – 백악 쉼터 – 백악마루 – 1·21 사태 소나무 – 청운대 – 암문 – 백악 곡성 – 백악 촛대바위 – 숙정문 – 말바위 안내소(폐쇄) – 우수조망명소 – 와룡공원 – 암문 – 서울과학고등학교 – 경신고등학교 – 혜성교회 – 두산빌라 –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옛 서울시장공관) – 혜화문

으로 이르는데 와룡공원으로 내려와 광장시장을 둘러보고 집으로 오는 코스를 다녔습니다.


다음에 여유가 된다면 백악구간 전체를 다시 한번 둘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문화해설사와 동반한 것이 아니라서 TV를 통해 간략히 알고 있던 내용 혹은 군데군데 설명이 나와있는 안내판 정도만 본 정도라 한양도성 길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 TV 드라마에 나온 장면들 중에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이 있었는데 바로 조명이 켜진 성곽길의 주인공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대게 누군가의 뒷 동산 즈음으로 표현되는듯 하지만 옛 성곽과 아울러 펼쳐지는 야경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높은 타워전망대에서 보는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몇번이나 한양도성 낙산코스를 가보려고 했으나 기회가 닿지 않던 와중에 낙산, 한양도성 야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봄이 되자마자 바로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6월 즈음이 되면 저녁이 되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가 될걸로 예상되어 6월 첫주로 예약을 했었습니다.

지난 겨울 덕수궁 궁궐야행 프로그램을 접해봤는데 개인 무선 송수신기를 사용하여 한양길라잡이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투어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설명을 들으니 눈에 보이는 것도 모든 것이 다 특별했습니다.

조선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등아이와 동반하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관람이 2시간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한양도성 낙산구간

혜화문 – 한성대입구역 4번출구 – 나무계단 – 가톨릭대학 뒷길 – 장수마을 – 낙산공원 놀이마당 – 낙산 정상 – 이화마을 – 한양도성박물관(서울디자인지원센터) – 흥인지문 공원 – 흥인지문

거리는 2.1km로 천천히 걸어가면 1시간 남짓 걸리는 구간인데 낙산, 한양도성 야행 상품은 흥인지문에서 출발하여 혜화문으로 도착하는 코스를 택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사진도 찍고 설명도 하기에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동대문(흥인지문) 출발지점

금요일 저녁 6시 45분까지 흥인지문 앞 공터에서 집결하여 개인 송수신기와 이어폰을 배부받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출발합니다. 비가 와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다행히 구름은 많았지만 바람이 시원하여 2시간여 투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습니다.

흥인지문은 숭례문과 같이 흥인문으로 처음에 이름이 지어졌으나, 풍수지리에 따라 한양 동쪽의 기운이 약하여 그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용의 모양을 닮은 갈지(之)를 넣어 흥인지문으로 고쳤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문과 달리 성 문을 보호하기 위해 반달모양으로 옹성을 쌓아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도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특히나 동반한 초등아이의 경우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책의 설명보다는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흥인지문 앞 서울한양도성

낙산 시작점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 흥인지문 건너편으로 가면 바닥에 서울한양도성이라는 표식이 보입니다. 여기까지 옹성과 이어지는 성곽이 연결되어야 하나 차량통행을 위해 없어진 곳에 표식만 남아있는데 이곳을 경계로 성 안팎에 구분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성 안의 분들, 그리고 성 밖의 것들로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때처럼 대놓고 표현하진 않으나 보이지 않는 옹성들로 둘러쌓여진 곳이 많이 보이니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 안의 분들이 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여전한듯 합니다.

혹시 야행 상품을 이용하실 분들을 위하여 가이드님의 재미있는 설명들은 여기까지만 기술하겠습니다. ^^



한양도성 성곽 (성벽)

본격적으로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을 들어서면 보이는 아주 멋진 풍경들입니다.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반달 옹성에 둘러 쌓여있는 흥인지문의 모습과 그 뒤로 약간 모습을 드러낸 DDP의 모습도 같이 보입니다.

백악구간에서도 봤었던 성곽이지만 설명을 들으며 올라가다보니 그 당시 성을 설계하고 축조했던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이 솟아올라왔습니다.


서울성곽에서 본 창신동

한양도성 길을 오르며 포구 건너로 창신동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마치 옛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창신동은 지금의 동대문 시장을 있게 한 의류, 봉제 산업의 꽃으로 아직 골목 골목의 가내수공업 공장들은 분업화하여 원단 제단, 봉제, 각종 부자재까지 장착하여 옷을 빠르게 생산합니다. 좁은 골목은 차가 다니기 힘들어 삼발이 오토바이를 물류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창신동하면 동대문 시장이 자연스럽게 연관되는데 “봉제, 의류, 재봉틀, 가내수공업, ”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60, 70년대를 사셨던 분들은 “평화시장, 전태일, 근로기준법” 이런 단어들도 같이 떠오르겠지요. 80년대를 사셨던 분들은 노찾사의 ‘사계’라는 노래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에 놀러도 못하고 미싱(일)만 돌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아픈 역사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겐 삶을 즐기기 위해 창신동이 핫 플레이스라고 하는 채석장 정상에 있는 ‘채석장전망대 카페낙타’(사진의 중앙 정상에 보이는 사각형 전망대) 에서 사방으로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잔하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 가사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이화마을

이화마을로 들어서면 사진을 찍기에 예쁜 곳들이 여러 곳 보입니다.

하지만 마을 분들이 생활하시는 공간이므로 마을을 자세히 둘러보진 않고 성곽길을 따라 그냥 통과하는 길목들을 훓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가족공방 손놀림’은 드라마 ‘남자친구’에도 나왔다고 스틸 컷을 붙여 놓았습니다.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서울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화마을 하늘정원

다음에 또 기회가 될 때 이화마을은 다시 방문하여 마을 군데군데 돌아보고 야경이 보이는 곳에서 차도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이 하늘정원으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니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습니다.
도시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걸음을 다시 재촉하여 전망대로 오르면 아마도 우리가 이곳을 보기 위하여 올라왔을까 싶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낙산 정상 바로 밑 정자에서 바라본 인왕산, 북악산

왼쪽부터 안산, 옆으로 인왕산, 옆으로 북악산이 펼쳐져있고 한양도성은 그렇게 포근하게 감싸안겨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낙산 정상 야경

낙산의 제일 높은 정상으로 나무에 가려 성벽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카메라를 높이 들어서 찍으면 아래와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낙산공원 성밖에서 본 성벽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성 안쪽으로 통행했기에 낮은 여장만 보입니다. 그러나 낙산 전망대 이후는 성안쪽은 중간에 사유지로 인해 혜화문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이 구간은 성 바깥으로 나와서 걸어 가야해서 비로소 높은 성곽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암문이라는 곳으로 들어가면 성 안쪽으로 통한다는데 보수공사를 위해 들어갈 수 없었고 가톨릭대학교를 따라 이어진 성벽길 쪽은 사유지로 들어가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축성과 관련한 글을 새겨 넣은 돌을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 한다. 한양도성 전체 구간 중 동대문 성곽공원 옆에 가장 많다. 성곽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각자성석들을 이곳에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태조 · 세종 때의 각자성석에는 구간명과 구간별 축성 담당 군현(郡縣)명이, 조선 중기 이후의 각자성석에는 감독관과 책임기술자의 이름, 날짜 등이 명기되어 있다.

군데군데서 각자성석도 발견하고 세종, 그리고 숙종, 순조때 보수하면서 쓰인 돌의 생김새가 달라 사진과 같이 돌의 크기와 생김새만 보아도 어느 시대에 축조된 곳인지 비교할 수 있다. 태조때는 토성으로 축조되어 그 모습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장수마을

7시에 출발하여 전망대를 돌아 혜화문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드디어 도시에 맞닿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바로 도시소음입니다. 두어 시간 잊고 있었던 소음들이 들리기 시작하며 야행도 끝나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장수마을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화마을과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혜화문 종착지

개인 송수신기와 이어폰을 반납하고 낙산, 한양도성 야행은 끝이 났습니다.

건너로 보이는 혜화문은 한양도성의 북동쪽에 있는 문이며 원래 이름은 창경궁의 정문 이름을 홍화문으로 지음에 따라 중종 6년(1511) 혜화문으로 개칭하였다. 문루가 없던 것을 영조 때에 지어 올렸다. 문루는 1928년에, 홍예는 1938년에 헐렸는데 1994년 본래 자리보다 북쪽에 새로 지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과거에서 현대로 쑥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궁궐야행도 한양도성 야행도 정말 멋진 짧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한번도 와보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한양도성 인왕산구간과 남산구간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이곳 또한 다시금 찾기로 했습니다.

산책하듯 가볍게 출발한 도성길이었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또 다른 공간인 한양도성길의 매력에 푹 빠졌던 깊고도 깊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