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선사가 출가한 백담사와 님의침묵

이상기후가 지속되어 여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허겁지겁 단풍이 빨갛게 물들 새도 없이 떨어지는 마지막 단풍을 구경하려고 백담사를 방문해봤습니다.

백담사 앞 안내도 사진에도 단풍이 물들었네요.

전통사찰 제24호인 백담사(百潭寺)에는 보물 제1182호 목조 아미타불좌상 및 복장 유물이 있습니다.
내설악의 대표 사찰로 서기 647년 신라 28대 진덕여왕 원년에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그 만큼 역사가 오랜된 사찰이기도 하지만 근, 현대사에서 이곳과 관련된 두사람 덕에 더 유명한 사찰이기도 합니다.

백담사 주차장, 버스 매표소

백담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하고 백담사까지는 6.5km 정도를 도로로 올라가야 하는데 일반 차량은 진입할 수 없어 걸어서 약 2시간 정도를 가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일단 처음 와본곳이라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백담사를 보기도 전에 지칠것 같아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버스 요금은 편도만 팔고 있고 성인 2,500원, 소인(6세 이상에서 18세까지) 1,200원입니다. 거리에 비하면 비싼 요금인것 같은데 대안이 없고 버스 운영 기업이 (합)용대향토기업 이라고 하니 이익이 발생하면 지역 발전에 사용할것임을 믿고 버스표를 구입합니다.

버스표는 이렇게 한장씩 출력되니 받아서 버스 탑승할때 내면 됩니다.
버스는 배차 간격이 따로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원 35명이 채워지면 바로 출발합니다.

앞 차가 방금 출발해서 그 다음 차에 우리가 첫 탑승객이라 한참을 기다려야 출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단풍철이라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얼마되지 않아 정원이 다 차고 바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이 안전벨트를 매라고 방송하는데 얼마나 길이 험하길래 안전벨트까지 매라고 하나 했습니다.
일반 시내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없는데 이 버스는 좌석마다 정상 동작하는 안전벨트가 있었습니다.

백담사 계곡은 물이 맑고 시원해서 여름에 피서객들이 몰리는 곳으로도 매우 유명합니다.

이런 계곡을 따라 버스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를 굽이 굽이 가다보면 중간에 반대편 차를 비껴줄 수 있는 공간에서 반대편 차를 기다렸다가 보내주고 가고를 몇 번 합니다.

버스로 백담사 버스 정류장까지 15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이 길을 걸어서 올라왔다면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집니다.

백담사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일주문이 있고 이렇게 다리를 건너면 백담사가 나옵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드네요.
다리 길이나 절의 규모는 다르지만 오대산 월정사와 구조와 주변 풍경이 비슷해 보입니다.

수심교란 다리를 건너면 금강문이 있고 이를 통과합니다.

백담사라고 적힌 또 다른 문이 나오는데 이 문의 이름은 불이문입니다.


불이문 왼쪽과 오른쪽에는 불교 체험과 템플스테이 안내 문구나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범종루도 보이는데 종 치는 시간이 아니라서 타종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옆으로 단풍나무가 있는데 낙옆이 거의 다 떨어져서 한 주만 빨리 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올해 단풍은 이쁘게 든게 아니라 붉게 물들기도 전에 갑자기 떨어진 느낌입니다.

백담사하면 떠오르는 인물,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 흉상 밑에 “님 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고 님의 침묵 서문격인 구문이 적혀 있습니다.
“기룬다”는 “그리워하다”의 옛말 이라고 합니다.

“나루ㅅ배와 행인” 시구가 적힌 바위 인데 시를 읽어보니 뜻은 이해되지만 지금과 다른 한글 표기법이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음니다, 감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때는 “ㅂ” 대신 “ㅁ”을 쓴것 같습니다.
지금은 “읍니다”를 거쳐 “습니다”로 쓰고 있습니다.

만해기념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님의 침묵”이란 시…
그리고 그 시를 쓴 만해 한용운은 백담사에 출가하여 이 시를 썼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에 바로 “만해 한용운 선사 연보”가 보입니다.

주요 연보를 보면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05년 설악 백담사에 출가하여, 1910년 [조선불교유신론]으로 불교 개혁을 주장했다고합니다. 여기까지는 종교적인 내용이라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부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으로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선언서에 행동 강령으로 공약 3장을 첨가했으며 독립선언연설을 하고 투옥되게 됩니다. 1926년 시집 [님의침묵]을 발행하고, 1944년 성북동 심우장에서 입적하게 됩니다.

안타깝게 광복을 못 보고 돌아가셨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만졌는지 손과 염주는 아주 맨들맨들 하더라구요.

나무로 만든 한용운 상과 초상화

시집 [님의침묵]은 1925년 백담사에서 쓰여지고 1926년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벽에는 이 시집에서도 가장 유명한 동명의 시 “님의 침묵”이 적혀 있습니다.

“님의 침묵” 시를 그대로 인용해봅니다.

님은 갔읍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읍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읍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읍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읍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읍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읍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읍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충남 홍성의 생가를 복원한 사진입니다.

1905년 백담사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아 있네요.

님의 침묵과 각종 책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3.1운동 당시의 사진과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3.1운동 이후 투옥되었던 마포 형무소와 옥중 투쟁 3대원칙

옥중 투쟁 3대 원칙

– 보석을 요구하지 말라
– 사식을 취하지 말라
– 변호사를 대지 말라

대한민국장(훈기번호 제25호)

대한민국 건국 공로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이 1962년 정부로부터 만해 선사에게 수여되었습니다.

백담사 극락보전

극락보전으로 대웅전 같은 건물인것 같습니다.


목조아미타불좌상 부복장유물
1748년(영조 24년)에 만들어진 나무로 깎아 만든 불상이라고 하는데 금박을 한걸까요?

극락보전 정면에는 탑이 있고 그 왼편 건물이 유명한 그 사람(?)이 있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엄실, 그리고 또 한명의 유명인

“화엄실”이라고 적힌 현판 밑의 문이 닫혀있는 방이 또 한 명의 유명인사가 청와대를 나와 이곳에서 기거했던 방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그 어떤 표시도 없어서 찾기 힘들었지만 예전 사진 자료를 보면 문 위에 확실히 적혀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연속된 방을 사용하기 위해서 원래 있던 집기들은 그 오른쪽 경호원들이 머물렀을 끝 방으로 옮겨놓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표말로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집기들은 예전 사진 자료와 같을 걸로 보이며 잘 관리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기념품샵(농암실), 매점(만해적선당)


너와지붕이 멋진 농암실, 기념품샵 입니다.

그 옆 건물인 만해적선당은 매점으로 기념품도 팔고, 차도 팔고, 사발면도 팔고, 연팥빵도 팝니다.

포토존, 사진 찍기 좋은곳


기념품 샵 앞은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들과 벤치가 있으니 다과를 먹으며 쉬어 가기에 좋습니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은 이렇게 관광객들이 모르고 들어 갈 수 있으니 “출입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백담사를 나가는 전에 해우소(화장실)에 들러 봤는데 최신 시설로 잘 꾸며 놓았습니다.

백담사에서 꼭 해볼 것, 돌 탑 쌓기


백담사 일주문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왼편으로 끝도 없이 보이는 돌탑이 있는데 나갈때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면서 돌탑을 쌓아보세요.

백담사를 둘러보는 시간보다 돌 탑 쌓는라 더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공 들여 쌓은 돌 탑이 비가 오면 물살에 쓸려 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백담사를 나옵니다.

내년 여름에는 백담사 계곡 투어를 계획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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